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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SI

SI에서 연봉협상이란?

너무나 무섭고 설렜던 첫 연봉협상이 끝을 보이고 있다. 2월부터 최대한 다양한 회사에 접촉해보고 여러 사람에게서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연차에 따른 연봉 테이블은 어떤지 알아보느라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았다.

 

내가 얻은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지, 신뢰할 수 있다고 믿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회사에 내 연봉 인상을 위해서 제안을 할 수 있는지 많이 따져보았다. 핵심은 회사의 수입구조라고 판단을 내렸다.

 

기업별 연봉테이블이란 결국 그 회사의 수입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회사에 사장 혹은 임원급이 있다 (이하 경영진). 경영진은  특정한 기업과 다양한 조건을 걸고 계약을 맺는다. 계약을 수행할 사람을 뽑는다. 이런 조건 하에 모인 사람들이 직원이다.

 

직원은 회사가 맺은 계약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며 그 대가를 받는다. 정직원이면 일반적으로 연봉에 기준한 월급을 받으며, 계약직이거나 프리랜서라면 월 단위로 계산한 급여를 받는다. 연봉 혹은 급여는 경영진이 맺은 계약에서 일부를 받는다. 당연하게도 100% 다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계약에서 몇 %를 받아야 하는가? 회사가 맺은 평균적인 계약금을 산출하고 그에 따른 배분율을 계산한 것이 일반적으로 기업의 연봉 테이블이다. 정직원의 월급은 앞서 말한 방식대로 회사 내규로 정해지고, 프리랜서는 시장가격의 상한-하한에 따라서 급여가 정해진다.

 

그렇다. 회사가 받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내가 받는 연봉도 상한선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SI는 원천적으로 하청에 하청을 내리는 구조다. 구조를 알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하청 단계가 내려갈수록 중간에서 떼가는 돈이 많아지니 (중간 기업의 경영진이 받아가는 돈) 하청 기업에 내려오는 금액 자체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한 업체가 하청 단계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월급의 상한선은 정해져있다. 이게 중요하다!

 

신입이라면 유용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디든 접근 가능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을 배웠고, 능숙해졌다면 자신의 기업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단계가 낮은 회사라면 이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능력있는 경력직을 붙잡을만한 연봉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곳이 하청 단계가 낮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하청 단계가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 1차적으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2차적으로는 SI가 아닌 자체 서비스 회사를 노리는 것이다. 하청 구조가 아니라면 회사가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돈을 바탕으로 급여를 책정할 수 있다. 이름 있는 회사라면 하청 구조의 업체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제안할 수 있다.

 

단, 하청 구조에 있는 SI 업체와 자체 서비스 업체는 사용하는 기술 트리 자체가 다르다. 하청 구조는 기본적으로 상부에 있는 대기업이 수많은 계열사 혹은 대리점, 혹은 다양한 판매루트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보편적이고, 굳건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누가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단순한 것을 원한다. 일단 돌아가면 성능을 일단 차선책의 문제다.

 

반면에 서비스 업체는 일단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망한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그것또한 중요하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성능, 디자인 같은 비기능적 요소가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물론 운, 시기, 정치적 요소 같은 측정할 수 없는 요소를 배제한다면 말이다.

 

자연스럽게 보다 고성능을 자랑하는 기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사용한다. 그 많이 쓰였던 jQuery가 지금은 차선책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React, Vue가 더 빠르다.

 

기업에서 서버를 덜 사고 외부에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적을 때는 적게 쓰고, 많을 때는 많이 쓸 수 있는 유연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를 일단 사면 올해는 필요없다고 팔 수 없고, 내일부터 일주일 간 필요하다고 서버를 살 수 없다. 단지, 한계를 공지하고 사리는 것이 전부다.

 

이런저런 업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알아봤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결국 연봉협상을 했고, 차선책이라고 생각했던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계약서는 내일 작성한다. 작성하면, 기분 좋게 하루 쉬고, 다음 날부터 깃허브에 코딩 연습한 것을 올리는 것부터 다시 공부 루틴을 바로 잡겠다.